___작가노트 중 발췌
우리는 각자의 우화를 지니고 살아간다. 각각의 이야기는 내리는 눈처럼 켜켜이 쌓여가지만, 사회구조 라는 시리도록 뜨거운 불씨는 끊임없이 우리를 표준화된 틀 속으로 밀어 넣어 주조하려 한다. '당신은 당신을 진정으로 아는가?'라는 질문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 속에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의 정체성은 마치 녹아버리는 눈처럼 희미해진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지우는 과정과도 닮아있다. 획일화된 질서 속에서 청년은 끊임없이 자신의 본질을 찾아 방황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육체는 물리적 고통보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무게와 싸우곤 한다. 이 는 단순한 개인의 투쟁이 아닌, 시스템과 인간 본연의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긴장의 순간이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겨울의 시린 고요는 상당히 유용한 위안이 되는데, 칠흑 속에서의 정적은 보지 못 했던 것을 포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릿발이 어린 계절 속에서도 온기를 간직하고 버텨낼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움켜쥐고 있는 지 나온 시절의 소소한 ‘무언가’ 덕분인 경우가 있다. 그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은 단순한 사건의 재현이 아닌 삶의 본질적인 온기를 향한 시각적 은유다.깊이 잠긴 고요 속에서 발견한 눈덩이를 형상화하고, 가시화하며, 때로는 해체하고 포착한다. 이것은 촘촘하고 예민하게 쌓아 올린 저항의 방식이며 동시에 견뎌 낼 수 있다는 희망의 예표가 된다.
각자의 설원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모든 풍경은 아름답다. 겨울을 차용한 작업은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표준화된 가치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