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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 Sow-nar

Past exhibition
24 January - 21 Februar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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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사우나, Sow-nar

우리는 뿌연 증기 속으로

글: 이해빈
누구에게든 각자 기억하는 물에 대한 감각이 있을 것이다. 태생적으로도 은유적으로도 세상 밖으로 머
리를 내미는 것이 결국 물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사실상 의지와 무관하게 물속에 머물렀던
감각을 우리 안에 지닌 채 살아가는 중이기도 하다. 살과 물의 밀착으로 생겨나는 감각이 두려움인지, 아니면
평온함에 가까운지는 개별적 몸이 그 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자신에게 허락된
신체 근육을 최대로 사용하면서 너르게 펼쳐진 물속을 유영하는 움직임이 중력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몸과 마
음에 자유를 준다면, 고여 있는 물에 가만히 몸을 담그는 행위는 물 밑으로 가라앉는 몸의 무게에 모든 것을
맡기고 물 바깥에서 얻은 긴장으로부터 신체를 해방시키는 일이다. 이런 선택들 사이에서 선리의 작업이 환기
하고 있는 신체적 감각은 경직된 육체와 정신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녹여내는 물과 증기의 기운으로부터 비롯
된다.
전시의 제목 《Sow-nar: 사우나》는 선리가 이전부터 천착해온 대상인 ‘사우나(Sauna)’의 어원을 풀어쓰
고 있다. 사우나가 유래한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에서 ‘와!’를 의미하는 감탄사 ‘sow’와 땀을 뺀다는 의미의 ‘nar’
의 합성어로 목욕을 뜻하는 이 단어를 다시금 쪼개어 표기한 것은 이토록 일상적인 활동의 의미를 유심히 궁
리해보고자 하는 데 있다. 핀란드에서는 목욕을 몸에 들러붙은 오염을 씻어내는 위생적 기능으로서의 ‘세신’이
라는 행위를 넘어 차가운 물(목욕)과 뜨거운 증기(사우나)에 반복적으로 신체를 노출시키는 과정을 경유하는
의식적인 활동으로 보기도 한다. 선리는 추운 기후에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지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함께 회복하는 핀란드 특유의 사우나 문화를 차용하여 하나의 제의적인 공간을 조성한다. 이전까지 선
보여왔던 타일, 욕탕, 거울, 벌거벗은 신체와 같은 욕실의 기호들이 여전히 암시되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 이
요소들은 더 이상 한 개인에 귀속된 사적인 영역에 갇히지 않는다.
손과 발, 어깨와 무릎 등의 신체 일부가 한데 뒤엉켜 돌덩이 위로 녹아내리는 형상의 오브제로 표현된
<Löyly (뢰일리) 1>과 <Löyly (뢰일리) 2>는 각 신체 부위마다 두드러지는 해부학적 상이함이나 그로테스크하
게 겹친 자세들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육체가 한 명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출신과 직
업이 서로 다른 인물들이 각자 통증을 느끼는 신체 부위를 라이프 캐스팅하여 만든 결과로, 작가에게 원래 나
홀로 나의 몸과 마음의 치유를 꾀하던 철저히 개인적인 ‘목욕’이란 행위가 다른 이와 그들의 이야기를 초대하
는 공공의 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친다. 그 뒤로 거룩히 자리하고 있는 작업을 어느 제의적 공간의 입구에
있을 법한 성수대로 본다면 이는 특정 의식에 돌입하기 전 영혼과 육체가 깨끗해지길 빌기 위함일 테고, 이 의
식은 다시금 선리에게 회복의 공간인 사우나에서 접할 수 있는 물질이나 사건들로 구성되었으리라 그려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Sow-nar: 사우나》를 경험하는 방법의 하나는 흐르거나 고여있는 액체로 존재하는 ‘물’
이라는 질료가 우리에게 다른 형태로 다가올 때의 감각을 상상해보는 일이다. 바로 지금 이 계절, 한겨울 추위
에 얼어붙은 땅을 걸으며 눈송이를 맞는 당신은 낮은 온도에 굳어버린 얼음의 형태로 물을 만날 수도, 사우나
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뿌옇게 펼쳐지는 증기의 형태로 물을 느낄 수도 있다. 매서운 추위에 긴장하고 위축
되어 지친 살과 근육을 달래며 기능해온 사우나에 기원을 두고 있는 선리의 작업 역시 얼음에서 물로, 물에서
수증기로, 그리고 다시 얼음 혹은 물로 흐르고(녹고), 굳고(얼고), 퍼지는(증발하는) 순환을 따르며 작동한다. 그
의 작업들이 초대하는 흐름에 몸을 맡기다 멈추는 지점, 그곳은 어쩐지 형체 없이 흩어진 뿌연 증기가 한가득
채우고 있는 속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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