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류지경: Submerged Serenity
《잠류지경 潛流之境》은 2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김신욱의 개인전으로, 지난 20년에 걸쳐 이어온 민물고기 연작을 새로운 국면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사진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설치로 매체를 넓히며, 사진 이미지와 레진 부조, 그리고 실제 수초 설치가 어우러진 약 2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는 민물고기의 생태를 단순히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흐름과 순환,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사유하는 공간으로 전시장을 전환시킨다.
전시의 중심에는 신작 〈작가의 어항–버들붕어〉(2025)와 초기작 〈어해도〉(2006 촬영, 2012 발표)가 나란히 자리한다. 천장에 매달린 〈어해도〉는 옻지에 인쇄된 사진 기법과 전통 민화의 구성 방식을 결합한 작업으로, 김신욱의 초기 민물고기 시리즈이자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직사각형 대나무 틀에 층층이 매달린 화면 속에는 1977년 이후 한강에서 자취를 감춘 철갑상어, 한반도의 고유종 쉬리, 기수역에 서식하는 숭어와 복어가 수초와 어우러져 등장한다. 관람객은 시야보다 낮게 설치된 작품을 내려다보며, 마치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작가의 어항–버들붕어〉는 작업실 창가의 작은 수조에서 4년간의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알의 부화, 치어의 성장, 성어의 산란에 이르는 순환은 투명한 레진 속 이미지와 수초, 유목의 층위로 응축되어, 마치 물속의 투명한 화석처럼 고정된 생태계를 형상화한다. 이는 개인적 관찰에서 출발했지만, 곧 시간과 기억, 생명의 은유적 풍경으로 확장되며, 은밀히 지속되는 흐름을 드러낸다.
김신욱의 민물고기에 대한 탐구는 유년기의 경험과 긴밀히 연결된다. 기관지가 약해 늘 어항을 곁에 두고 생활했으며, 사진과 캠핑을 즐기던 아버지를 따라 민물고기를 채집하던 기억은 작가의 생태적 감각을 일찍이 형성했다. 초등 시절 참가한 어린이 민물고기 프로그램은 관심을 더욱 심화시켰고, 이후 영국 유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역시 민물고기 연작으로 준비하며 이 주제를 지속해왔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수조에서 도시의 강으로 확장된다. 한강에서 사라진 철갑상어, 최근 청계천에서 다시 발견된 쉬리의 사례는 사라짐과 회귀가 교차하는 풍경을 드러내며, 민물고기의 생태는 곧 도시 환경과 집단 기억을 비추는 은유로 자리한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수초 설치는 실제 서식 환경을 재현하며, 관람객이 민물고기의 세계 속으로 들어서도록 유도한다.
김신욱에게 민물고기는 단순한 기록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와 풍경, 기억의 거울이자, 사라진 것과 돌아온 것을 동시에 비추는 매개이다. 《잠류지경》은 수조와 강, 개인과 공동체, 시간과 환경이 교차하는 경계의 자리를 펼쳐 보이며, 수면 아래 감춰진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성찰하게 한다.
